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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집필/새로운 소설

by 뚜뚜 DDUDDU 2022. 6. 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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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하면서 그는 중간중간에 실소 같은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의 본능적인 습관 때문에 웃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본인의 말이 웃겨서 그런 것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는 웃음이 나올 말인가 싶어서 의아했다. 노동에 중독된 사람이거나, 그런 고통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기로는 회계사와 변호사, 그리고 세무사 같은 전문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험의 난관을 통과해야 그 일을 할 수가 있었다. 필시 그러한 직업들은 진입장벽이 높았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어 있다고 대다수가 생각했으며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부러움의 시선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시험에 도전했다.

사회 시스템은 굉장히 교활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요구되지만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게끔 고생의 대가를 올려주는 것이다. 고수익과 안정된 직업이라는 것은 그 사람들을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었고 대중들은 그런 소위 말하는 대단한 사람들과 자기자신을 비교해보면서 한층 더 비참함을 느끼거나 아니면 나방처럼 지저분하게 달라붙기도 했다.

어쨌든 아름다운 삶의 노동에 대한 선택이 그런 아니꼬운 목적으로 인해서 선택되어지는 상황이 흥미로웠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주어진 과목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학습을 하고는 숨 쉴 틈도 없이 대학에 가서 다시금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내가 선택한 전공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거대한 학비를 지원한 부모의 기대는 자식들을 초라하게 혹은 숨막히게 만들었고, 학비를 충당할 만큼의 경제적 여건이 되지 못하는 집일 경우에는 설상가상으로 학자금 대출이라는 것까지 발목을 잡았다. 말 같지도 않은, 인생에서 전혀 필요할 것 같지도 않은 이론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그 결과, 평가라는 시스템에 의해서 학점과 스펙이 결정된다. 빠르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냈다면 다행이지만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그저 평판이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된다면, 그때부터는 또다시 답답한 사회 시스템의 환경과 선택에 의해서 향후 삶이 결정되어진다.

때때로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에 조금 더 노력을 해서 진입장벽이 높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자기들만의 선을 긋기 바빴고, 그들 나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찾기 위해서 배우자의 선택과 집, 차 등의 물질적 선택에 있어서 굉장히 까다로워진다. 대학이라는 마지막 선택의 시간에서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능력 없는 낙오자로 결론이 난다. 그 후에는 상황을 바꿀 여지가 희박해 보였다. 인간이라는 쓰레기의 분리수거 과정을 보는 것처럼 그 구분이 명확했다. 지금에 와서 대학이라는 존재는 아예 사라져야 할 대상이거나 혹은 경험과 꿈이 찬 이후에 고민해봐야 할 그저 자그마한 선택지에 불과하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없이 살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이 꼴로 살고 있더라 하는 한탄을 되풀이한다. 살아가면서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는 자기합리화와 함께 그와는 상반되는 재미없는 삶, 원치 않은 삶이라는 현실 자각 – 이 두가지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괴로움은 연속되지만, 점점 고통에 익숙해져 간다. 현재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는 나의 길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어보고 답하는 영혼의 대화를 통해 완전무결한 선택과 행복한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다. 사회는 ‘늙은 열정자’는 쳐다보지 않았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도 이내 주변 사람이 건배를 권유하거나 말을 걸어올 때면 웃음을 띄우고 호응했다.

 

- 백야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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