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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해서

자기관리/일상생활(데일리)

by 뚜뚜 DDUDDU 2020. 5. 18.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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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를 글로벌 시대라고 일컫는다. 현재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안타깝게도 나의 부모님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인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외국에 나가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어머니는 외국에 가는 것 자체가 귀찮고 고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리스 해변에 옹기종기 서 있는 하얀 지붕들이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모습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도 한번쯤은 가고 싶거나 하는 욕심이 없어 보였다.

반면 아버지의 꿈은 오지탐험이다.

언젠가는 미시시피강의 정글속을 탐험해보고 싶다고 하셨으며,

최근에는 광대하면서도 침묵과 두려움이 가득한 사막지대를 걸어보고 싶다고 외치곤 하셨다.

해외여행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꺼내는 것을 보아하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닌 듯싶었다.

나 역시 훗날 가게 된 입사 동기와의 캄보디아 여행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해외로 가본 적이 없다.

그것도 그 사람이 하도 졸라 대기에 휴가 기간동안 별로 할 것도 없을 것 같기도 해서

얼떨결에 동행하게 된 것이었다.

한번 다녀오니 그 이후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며 해외여행에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로망이 사라진 도시청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팅과 소개팅, 아는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과 일상에 대한 대화를 하다 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소재 중 하나는 여행이다.

그것도 국내여행보다는 해외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그들의 흥미를 더한다.

물론, ‘로망이 사라진 도시청년’은 여행에 대해서 별로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대충 들어주는 척하다가 다른 내용으로 넘기려고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일상에서 해방되어 주변인이 없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를 원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면 추억을 담아두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이따금씩 즐거운 기분으로 찍어 놓았던 사진을 들여다보며 과거를 회상한다고도 한다.

사람들은 여행이 아니어도 즐거웠거나 명예로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의 모습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을 즐긴다.

여행은 도피처 같은 것인가? 혹은 자유롭다고 느끼게 하는 것일 뿐?

내게는 어차피 삶은 여행을 떠나든 그렇지 않든 쉴 새 없이 흘러갔다.

결국은 여행에서 복귀한 그 시점부터 독한 와인을 마신 것처럼 현실의 족쇄가 더 강하게 조여왔다.

만약 여행이 그 횟수만큼, 혹은 그 기간만큼, 아니면 특별한 장소인 만큼

삶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준다는 보장이 있다면

주저없이 대출을 내서라도 여행을 떠갈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과 남는 자본으로 딱히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온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의미 있는 삶에서 그 의미라는 말은 무엇인가?

이 무자비한 생각의 구렁텅이에 빠져 들어가면 머리만 아파온다.

항상 그랬다. 결국엔 여행이든 일이든 그 무엇이든 어떠한 ‘의미’라는 것이 생각의 종착점이자,

어떠한 잣대를 평가하는 저울추 같을 것일 테니까.

무엇인가 자랑거리가 될 만한 일들을 중심으로 좋은 추억이라고 일컫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다.

단지, 내게는 별다른 의미 없을 뿐이었다.

물론 몇 일, 몇 년을 가든지 그것이 나의 삶 일부를 바꾸게 만들 계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나라는 인간은 어찌 보면 냉소적이거나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하고

굳이 좋게 말하자면, 효율성을 고집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나를 행복케 할 수 있는 전율을 느끼고 싶다.

지금 상황에서는 별 수 없이 내 자신의 뇌를 조작이라도 하여서 환각을 만들어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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