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직원들이 계산을 하기 전에는
정확하게 주문내역을 기억하는데
계산을 마친 후에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을 전공중이던 자이가르닉이라는 러시아계 유대인은
이러한 현상에 착안하여 한 가지 실험을 했는데
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과제를 수행하도록 한 후,
한 그룹은 일을 마치도록 하였고
다른 그룹은 의도적으로 일의 완성 전에 중단을 시켰다.
과제를 완성한 그룹에 비해
중단당한 그룹에서
자신이 푼 문제를 기억해낼 가능성이
1.9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미완성 과제에 관한 기억이
완성과제의 기억보다 강하게 남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
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일을 완성한 후에야 긴장이 사라지며,
미완성 과제에 관한 정서적 애착이 강하게 남아
판단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인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첫사랑에 대한 미련도
그 사랑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도 이 효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소개팅이나 미팅을 할 때 역시
만남의 자리에서 상대의 연락처를 물은 후
구체적인 약속까지 잡으려 하면
실패로 끝나는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는 것이다.
이 효과는 사랑이 아닌 갈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말다툼이 종료된 경우가
어느 한쪽이 부정하거나 무반응을 보인 경우보다
훨씬 덜 상처를 준다.
사무직은 업무를 하면서
해결하지 못한 일을 남기고 퇴근을 할 경우
퇴근 후에 머릿속에
그 과제가 계속 맴도는 것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반면 결재가 끝난 내용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
사고를 당해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충격이 있는 사람에게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괜찮아, 다 끝났어'
라고 위로해주는 이유도
스스로 그 일을 마무리 짓고
끝을 보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티져광고이다.
끝나지 않는,
계속 머릿속에서 이어나가도록
여운을 남기는 효과를 노린
마케팅 전략수단 중 하나이다.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하여
마음속에 두려움이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글쓰기를 추천할 수 있다.
자이가르닉이 미완성된 일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 효과라면,
반대로 일이 완성되면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글로써 표현함으로써
일을 매듭지어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머릿속의 과제를 지우려면
일단 그것을 끝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글로 쓰거나
계획을 세우는 일로써 대신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계획을 세워 머릿속을 깨끗이 한다는 말은
근거가 있는 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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